부모님 대신 대출

공지사항 23.11.18
안녕하세요. 20대 후반 직장인입니다.
사춘기 시절이 지나고 네이트판에 오는 건 정말 오랜만이네요.

이 답답한 마음을 누구에게 말하고싶어도 속상하여 익명의 힘을 빌리고자 글을 씁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결론은 가족을 위해 대출을 받을거에요. 답답한 넋두리를 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뒤로가기를 누르시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거의 기억나는 순간부터 저희 집은 여유롭지 않았어요. 중학생때까지는 가난하지만 부모님 명의로 집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지만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도망치듯 다른 곳으로 이사하여 그 때부터는 쭉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며 살았어요.

춥고 배고프진 않았지만 여유롭지 않단 얘기를 계속 들어왔기에 항상 돈 걱정을 하며 살았죠.

그래서 수시로 대학교에 합격하자마자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대학 다니는 4년 내내 주말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었고 대타 요구가 있으면 기를 쓰고 나갔죠. 성인이 되는 순간부터 제 생활비는 제가 냈거든요. (물론 휴대폰비 같은 것들은 부모님이 내주셨지만..ㅎ)

학업에 필요한 물품은 지원해주시겠다 했지만 형편이 어렵다는 말을 계속 듣고 살아온 저는 아주 비싼 전공책 여러 권을 사달란 말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대부분의 책을 제가 샀죠.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는 전액 성적 장학금을 받았어요. 물론 1학년 1학기도 국가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아 사비를 내지는 않았어요.

교통비도 아까워서 1교시 수업이 없는 날에도 새벽같이 일어나 스쿨버스를 타고, 저녁에 할 일이 없어도 자습실에 틀어박혀 저녁 11시에 도착하는 스쿨버스를 타고 왔어요.

생활은 제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아껴쓰면 충분히 가능했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생활이 여유롭지 않으니 한국장학재단의 생활비 대출을 받아달라 하셨죠. 싫다고 울면서 빌어도 보았으나 갚아야할 때가 오면 대신 갚아줄테니 지금 가족 상황도 생각해달라셨어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동생 2명이 있어 들어가는 돈이 좀 필요했거든요.

결국 1학년 1학기때부터 한 학기 150만원씩 대출을 받아 부모님께 드렸죠. 제가 졸업할 때까지도 집은 여전히 어려웠고 학자금은 부모님의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자연스레 제가 갚아야할 몫이 되었어요.

전공이 교육과라 오랜 고시 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중에 강사 제의가 들어와 2년 정도 시간 강사 생활을 했어요. 학교 방학 때는 수업이 없어 안정적인 월급이라고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주말에는 다른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병행했어요. 그래도 저축을 하기엔 어렵고 빠듯한 생활이 유지되었어요. 일찍 집에 오는 날에는 중학생때부터 꾸준히 도와오던 어머니 부업을 도와야했죠.

일이 늦게 끝나면 피곤해지신 어머니 짜증이 늘었거든요.

그러다 올해 운 좋게 기간제가 되어 드디어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게 되었고 이제 돈을 좀 모아 30살이 되기 전에 학자금 빚을 다 갚자고 다짐하고 천천히 돈을 모으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어머니가 서비스를 받고 있는게 있는데 이자가 너무 부담스러우니 제 명의로 대출을 받으면 비교적 낮은 이자를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부탁한다고 하셨어요. 싫은 티를 냈지만 어머니는 대출이 안나오시고 아버지도 개인회생 중이셔서 대출이 불가능하대요. 주변 친척들에게는 모두 크든 작든 빚이 있어 더 이상 빌리기 힘든 상황이고요. 이런 상황을 장녀인 저는 모두 알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한 번 더 부탁한다셨어요. 적어도 1000만원 이상이면 좋겠다고.
그 빚은 바로 부모님이 갚아 나가신다고도요.

제가 실질적으로 내는 돈은 없겠지만 왜 이리 속상한지 모르겠어요.
저도 주변 친구들처럼 빚 없이 제 돈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걸 보고싶은데.. 빚 없기가 왜 이리 힘이 들까요.

저는 어쨋든 가족을 위해 대출을 받기는 할겁니다. 그냥 속상하고 허무한 마음에 이렇게나마 글을 남겨봅니다. 언젠간 빛이 들겠죠!
누군가가 보면 크게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좀 큰 일이어서 넋두리를 하고 싶었어요.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 모두 행복하시고 순탄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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