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학교폭력 피해자였고 고3수험생이었던 아이는 수능시험장 같은 교실에서 가해자와 만났습니다.피해자인 아이는 수능시험을 보기도 전에 수능시험을 망칠 뻔했습니다.비상사태입니다. 오전8시 교육청, 전화연결이 되지 않습니다.우리 가족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어떻게 해야 하나 속이 타 들어 갔습니다.117에 전화하고, 114에 전화하고 시험장에 전화하고 한마디로 난리가 났습니다. 안녕하세요.저는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어른입니다.우리나라 교육현실이 조금이라도 개선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오늘날 우리사회에 참으로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많이 있습니다.가정폭력, 학교폭력, 묻지마 폭행, 직장내 갑질, 직장내 성희롱 등 정말 수없이 많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이런 뉴스를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지” 하며 분노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립니다.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둘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요. 저도 그랬습니다.지금부터 하려는 제 얘기에 모든 분들이 다 공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다만, 아이를 키우는 어른이라면 꼭 관심을 갖고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오늘 제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학교폭력이후 사후조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합니다.학교폭력예방법 및 시행령이 시행되었으나 이후 피해자에 대한 사후조치는 정말로 미흡합니다.피해자는 어떤 경우라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일은 절대 그렇지 않은 교육현실을 그래도 반영하고 있었습니다.어떻게 피해자와 가해자가 인생에서 일생일대의 중요한 관문 중 하나인 수능시험에서 같은 시험장에 배치될 수가 있는건지 정말로 이해할 수도 이해하지도 못하겠습니다.항상 사건의 피해자들이 가해자를 피해 도망 다녀야 하는 현실이 정말 슬프고 화가 납니다.저 출산시대라며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태어난 아이들을 잘 지키는 것,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바르게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어른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만 소중한 사회가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사랑하고 아껴줄 수 있는 따뜻한 사회,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바로잡아 줄 수 있는 진짜 어른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그러기 위해서는 법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전문가들이 나서서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소수의 의견도 무시하지 않고 관심을 가진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따뜻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피해자가 혹은 피해자의 가족이 가해자를 향한 복수를 결심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후조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저는 그랬습니다. 이번일을 겪으며 이런 마음이 더 확고 해졌습니다.학교폭력 접수 시 보호자 확인서부터 조치결정문, 자필사과문까지 모든 자료를 다 보관해 두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밝고 명랑하다는 가해자가 언젠가 유명인이 되어 방송에 나온다면 반드시 그 자료를 공개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과거에 한참 학교폭력이 이슈일 당시 어떤 드라마에서 그랬더군요. 우리 아이가 이런 일을 겪기 한참전에 방송됐던 드라마인데 피해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명대사였습니다. “가만히 있는 친구들 괴롭히고 삥 뜯고, 내 물건 함부로 썼잖아. 이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하다는 거야. 그 영상 00이가 대학가면 대학게시판에 올릴 거야, 회사에 취직한다면 직장에도 보낼거고, 결혼한다면 사돈 될 사람한테도 보낼 거야. 이게 누구 때문인데..”너무나 통쾌 했습니다.현실에서 저렇게 한다면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되어 처벌을 받겠지만, 드라마에선 가능하니까 대리만족이 되더라구요. 2021~2022년 발생한 학교폭력으로 인해 피해자인 우리 아이는 결국 전학을 갔습니다.학교폭력이 일어난 학교에 학급분리요청을 했더니 학사일정이 마감되어 불가하다 하고, 그럼 이동 수업하는 과목이라도 겹치지 않게 해달라 했더니 “가해자의 학습권도 중요하다”라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귓전에 맴돕니다.가해자인 그 아이도 우리사회가 보살펴야 할 우리의 아이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피해자 가족 앞에서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한마디 공감표현만 해 주셨다면 이렇게 실망하지는 않았을 텐데 참 아쉬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학교폭력신고를 하고 1차 실망했던 시스템이었습니다.주변 지인들은 하나같이 처벌수위를 높게 잡고 요청해야 원하는 수위의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직은 미성숙한 아이일 뿐이라는 생각에 그저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고, 가해자와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우리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사항 사회봉사 8시간,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부가조치(학생과 부모 특별교육이수) 등 이었습니다.뉴스에 등장하는 정말 심각한 학교폭력 사건에 비한다면, 제1호,2호,4호 조치를 받은 우리 아이가 당한 피해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공감하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전학을 가고 싶다고 말하는 우리 아이에게 참고 견디라고만 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곧 수능도 봐야 하고 중요한 기간이었으니까요.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야, 대학을 가서도, 직장에 가서도 이런 사람들 또 만날 수 있어 그때마다 피해 다닐거니? 라고…가족인 저도 그랬습니다. 남은 오죽할까요?어느 날, 그나마 유일하게 말 걸어주던 한 친구로부터“00아 미안해. 너를 더 많이 챙겼어야 하는데 애들끼리 노는 모습이 너무 부럽고 나도 끼고 싶어서 너에게 다가갈 용기가 없어”라고이별통보를 받은 우리 아이에게 제가 그랬습니다. 가슴을 쥐어 뜯었습니다. 가장 행복하고 즐거워야 할 고교시절을 학교폭력이라는 어둠으로 색칠해야 했던 아이에게 저렇게 태평하게 충고를 했던 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적어도 어른이라면 저 같은 실수를 여러분들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시 수능시험날로 돌아가 봅니다.시험장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차안 휴대폰이 울립니다. 아이가 펑펑울며 말합니다. 그 가해자가 같은 교실로 들어 왔답니다. 몽둥이로 뒤통수를 쎄게 맞은 느낌이었습니다.학폭위에서 조치결정도 받았고,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사과문도 받았고,가해자를 피해 전학도 갔고, 더 이상 만날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일생일대 인생의 갈림길이 생기는 수능시험날 감정이 엉망진창이 된 우리 아이를 어쩌면 좋을까요? 어디로 어떻게 처리해야할 줄 몰라 117에 전화했습니다. 학폭담당 연락처를 알려주시더군요.연결되지 않았습니다. 114에 다시 전화 교육청 대표전화 안내 받고 어렵게 전화연결이 되었습니다.큰소리로 소리쳤습니다. 학폭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고사장에서 만날 수 있는 겁니까?당황한 담당자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다행이 시험이 시작되기전 신속하게 분리 조치가 이루어진 덕분에 무사히 시험은 볼 수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에 따로 연락도 해 주셨고 나름 조치는 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참을 수 없었던 저는 교육청에 민원접수를 했습니다.일주일만에 교육청으로부터1. 교육감에게 보고 드렸다,2. 현재 교육부, 한국교육과정평가원,17개시도 교육청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업무처리지침>에는 수능시험장 수험생 배치 시 학교폭력 피, 가해 분리 배치에 대한 규정이 없다.3.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어 수능시험장 수험생 배치 시 학교폭력 피, 가해 학생 분리 필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했다.4. 피,가해학생이 수능시험시 분리해서 배치하는 방안이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연석회의에서 건의하겠다.5. 우리 교육청은 선제적으로 재학생 중 강제분리 이상의 조치가 있는 학교폭력 피, 가해 수험생에 대해서는 분리 배치를 시행하겠다.라고 답변을 받았습니다. 학교폭력예방법 및 시행령을 만들어 놓고 부수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에 대해서 규정 자체가 없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매년 수능시험전에 교육청에 전화해서 학교폭력 피, 가해자가 분리 배치되었는지 확인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론 학교폭력 피, 가해자가 누군지 알 수도 없고,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알려주지도 않겠지만 말입니다.앞으로도 수능시험을 볼 소중한 우리 아이들, 제 아이도, 여러분의 아이도 있을 것입니다.교육을 담당하는 많은 교육자 여러분! 그리고 이글을 읽고 계시는 많은 어른들께 부탁드립니다.만약 우리 아이가 이런 일을 당한다면…나는? 이라는 물음표로 모든 일을 시작한다면 우리 아이가 겪은 이런 황당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꼼꼼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엉성한 행정, 수박 겉핥기식 교육 정책으로 인해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피해자로 살면 너무 힘드니 가해자로 살라고 가르칠순 없지 않습니까? 두서없이 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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