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집안에서 외국인과의 결혼을 반대해요.

공지사항 24.01.08
안녕하세요.

저는 중국인이고 5년전에 한국에 와서 지금은 세무대리인으로 일을 하고있습니다.
남친은 저보다 5살 많은 한국인이고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아버님은 6년전에 돌아가시고 가족은 60대 중후반인 어머님과 형이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어릴때 친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친가쪽이 옛날에 전쟁시기때 한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간 분들이시라, 저는 어릴때부터 한국어로 입을 떼고 집에서는 한국어를 주로 쓰다보니, 한국에 와서도 언어적인 부분이나 문화적인 부분(음식, 음악, 드라마, 연예인 등등)에서 하나도 이질감이 드는 부분이 없었습니다.

학창시절을 모두 중국에서 보낸 저는 한국에 와서 아는 친구나 지인도 별로 없어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와중에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운명처럼 지금의 남친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성격이나 가치관이 너무 잘 맞아 1년정도 사귀면서 싸우는 일도 별로 없었지만, 단 한가지 걸리는게 있다면 집안에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을것 같아 집안에 제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는것이였습니다.

둘 다 결혼적령기이기도 해서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보고 남친은 먼저 본인 어머님께 소개 드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근데 어머님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을거라고 걱정했던 남친은 먼저 어머님과 몇번의 만남을 가지고 나서 나중에 국적에 대해서 알리는게 좋을것 같다고 했습니다. 먼저 중국인이라는걸 밝히먼 저라는 사람을 알아가기도 전에 색안경을 끼고 볼것 같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어머님을 만나뵙게 된 날. 분위기는 나름 괜찮았고 어머니한테 어떤 며느리를 원하시는지 여쭤봤더니 딱히 그런건 없고 아들만 행복하고 둘이 행복하기만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말을 순진하게 믿고 그러면 그냥 이 자리에서 국적에 대해서 밝히는게 좋겠다 싶어 남친한테 눈빛을 보내니 남친도 밝혀도 되겠다는 눈빛을 보내왔습니다. 그래서 속시원하게 털어놓았는데 조금 당황하는듯 보였지만 ‘혼자 많이 외로웠겠구나...’ 공감을 해주시기도 하시고 저와 사진도 같이 찍고 헤어지기전 포옹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남친과 저는 생각보다 어머님이 외국인에 대해 편견이 없으신것 같은데 괜한 걱정을 했나 하고 안도했습니다.

근데 이틀이 지나 평일 비내리는 저녁 10시 넘어서 남친이
갑자기 할말이 있다며 집앞에 찾아왔습니다. 울면서 털어놓은 말은 비수처럼 제 마음에 꽂혔습니다. 어머님이 저를 만나는 당시는 괜찮았는데 집에 가서 여기저기 주변인들한테 중국인과의 결혼에 대해서 물었더니 다들 너무 안좋게 얘기했고 본인 형도 중국인을 싫어하다보니 어머니한테 극단적으로 안좋게 얘기했다더라. 그래서 어머니도 생각이 아예 바뀌신것 같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결혼은 결사 반대한다고 합니다...

저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남자친구를 많이 사랑하고 놓치고 싶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같이 최선을 다해 설득을 해보자고 했습니다. 저의 진심을 담아 편지지 3장을 꽉 채워 써서 그의 어머님과 형에게 전해주라고 했고 남친도 본인의 최선을 다해 설득한다고 했습니다.
편지는 대충 매체나 주변인들이 하는 조언만 가지고 저라는 사람을 중국인이라는 자체만으로 안좋게 정의를 내리지 마시고, 좀 더 시간을 가지면서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천천히 알아가주셨으면 좋겠고, 그 과정에서 진짜 문화적인 부분이나 걸리는 부분이 있는지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해도 늦지 않을것이라는 내용이였고 그의 어머님과 형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문을 열고 기회를 주길 바라는 취지였습니다.
근데 하필 어머님이 당일 백내장 수술을 하셔서 어머님은 편지를 못보시고 형만 읽었다고 했습니다. 그의 형은 편지를 읽고 처음에는 조금 열린 태도로 말을 하는가 싶더니 결론은 그래도 안된다 저를 만나볼 생각은 없다라고 했습니다. 남친한테 그냥 엄마와 여자친구 둘 중 한명을 선택하라고 하더군요...

한국이 중국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는건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지만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가족분들만큼은 열린 사상을 가지고 있기를 바랬건만... 이게 현실로 다가오니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앞으로 한국에서 살아갈 예정이라 내년에 한국으로 귀화한다고까지 했지만 그의 형은 귀화한다고 해도 문화차이가 있을거라고 결사 반대를 하네요. 그의 어머님은 후에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그냥 외국인이면 다 싫다고 하시고요. 하아...

정말 남친의 집안만 유독 특이한걸까요? 아니면 대부분의 한국인 집안이 다 외국인과의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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