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날 힘들게 한 부모님. 이제와서 절연해도 될까요?

공지사항 24.02.11
외동 딸이라고 하면 거의 다들 부러워 하시더라구요.
혼자 자라서 귀하게 컸겠다.
잘 먹고 좋은 거 다 가졌겠다.
근데 저는 초등~고등까지 그리 편하지 않은 삶을 살았고
40대 어른이 된 지금도 종종 어렸을 때 생각에 잠을 못 드는 밤이 있어요.
이제는 내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는데도
학생 때 힘들었던 일이 문득 떠오르면 그냥 잠이 안 와요.
2~3일 정도는 밤을 새거나 3시간 내외로 자면서 피폐해지는 날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기적으로 있는 것 같네요.
부모님이 사과를 할거라는 생각도 안 들고
사과를 받더라도 용서하지 못 할거 같은데
이만하면 자식된 도리는 다 한 것 같아 그만 절연하고 싶어요.
그럼에도 마음 한 편엔 자식이 부모한테 연을 끊는게 옳은가 싶고.......
이게 제가 예민한건지 아니면 정말 절연할만한 사연이 맞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 초등 3학년 때? 혼나서 집 밖으로 쫓겨난 기억이 있음.
점심 먹다가 쫓겨나서 집 앞에 쭈구리고 앉아있는데 엄마가 외출하면서 집에 들어갈 생각 말라고 열쇠로 문 잠그고 나감.
저녁 때 오셔서 들어가면서 나도 들여보내 줌.
그 외에도 종종 혼나면 나가서 들어오라고 할 때까지 보통 반나절씩 나가 있었음

- 공부에 대한 집착이 있었음. 85점 이상이면 보통이고 90점 이상이면 좀 했고 95점 이상이면 잘 했다는 기준으로 항상 95점 이상을 요구함.
중등까지는 어느 정도 상위권 유지했으나 고등부터 점수가 떨어지기 시작함. 한 과목에 70점 대 점수가 나오자 주변에 딸 얘기 안 함. 이후에 20살 되서 같은 학교 다녔던 동갑이 이웃으로 이사 오자 아니라고. 우리 딸은 너랑 나이 다르다고 함. 왜 그러냐고 물으니 대학 못 갔는데 동갑이라고하면 친구들한테 물어봐서 동창이라고 알아볼까 부끄러웠다고 함

- 시간 관리. 고등 때 학교랑 집까지 4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7교시나 보충 수업하면서 5시 반 전에 집에 와야되고 6시 넘으면 크게 혼났음.(야자는 엄마가 집에서 공부하는 걸 직접 확인해야한다고 학교에 얘기해서 뺌)
하교하면 친구랑 떡볶이 한 번을 못 먹고 달려왔음.
친구랑 주말에 외출하면 햄버거 먹고 노래방 다녀오면 나는 먼저 집에 들어가야 했음. 그 이상 긴 외출이 안 됨.

- 엄마가 알콜중독이라 술 먹으면 자주 때렸음. 다행히 맞다가 뼈가 부러진 일은 없었지만 머리채 잡고 끌려다니거나 밟히거나 긁혀서 피부 벗겨지고 피나고 그랬음. 아빠도 엄마가 술 많이 먹는 걸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나에게 괜찮냐고 말해본 적 없음.

- 한 번은 술 취한 엄마에게 맞다가 그 날따라 촉이 안좋았음. 맞아죽겠다싶어 방으로 도망가서 일 나간 아빠한테 빨리 퇴근해달라고 울면서 전화하고 방 문 막고 있는데(문에 잠금장치가 없었음) 아빠가 와서 엄마가 문을 발로 차다 다쳤으니 나와서 약 꺼내오라고 치료해주라 함

- 엄마가 술 먹을 때 친구도 별로 없고 혼자 먹기 싫으니 나를 종종 데리고 갔음. 그러다가 엄마가 다른 테이블 아저씨들한테 같이 먹자고 하는 경우도 가끔 있었음. 내가 중딩때는 괜찮았는데 고딩정도 크니 그 아저씨들이 나를 학생이 아닌 어른으로 대했음.
그냥 술 안먹는 어른 정도로 여겨서 옆에서 치근덕대고 추파 날리는게 싫어서 집에 가자 해도 술집 문 닫을 때까지 있곤 했음. 다른 테이블 아저씨들하고 노래방도 두어번 갔음.
부르스 추고 허리 만지고 하는게 싫어서 집에 가자 했더니 (엄마가) 너 노래 잘 부르니까 흥 좀 돋구라고 (엄마가)그냥 같이 춤추는게 뭐 어떠냐고 춰주라고해서 춤 춘 적도 있음.
그 날 부르스 추던 아저씨가 노래 잘 부른다며 사실 노래방 아가씨지? 얼마면 되냐 하던게 잊혀지지 않음. 내가 엄마 엄마하던걸 마담부르는 걸로 여겼다는 걸 깨달음.

- 엄마 술이 깨고 나면 시중을 들었음. 그러니까.... 술 먹는 동안 같이 술집이나 집에서 말 동무해주고 그러다가 만취하면 맞고 엄마가 잠들면 술 취해서 던진 거 깨진 거 지저분해진거 내가 다 치우고 숙취약 사다 놨음. 사리곰탕면이나 황태국 3분 조리 같은 거 사다 놓고 엄마가 깨면 숙취약이랑 같이 대령했음.
그 생활을 계속 반복함.

- 엄마가 술을 먹거나 늦게 자기 때문에 아침밥은 거의 못 먹음. 어쩌다가 엄마가 밤 새는 날에 아침 챙겨줬음. 초등부터 알아서 준비하고 학교 감.

- 판타지 소설, 만화책이 금기였음. 만화책 몰래 보다가 걸린 날 교복 찢어버리고 학교 안 보냄. 이런 걸 보면서 뭐하러 학교가서 공부하냐고 함. 이틀 결석하고 삼일째 보내줬는데 교복이 없어서 체육복 입고 감. 담임이 뭐라고 들었는지 교복 물려받는 거 챙겨주면서 앞으로 지켜볼테니 똑바로 살라고 하던게 기억남.

- 초등 4학년 때 친구네 집에 처음 놀러갔는데 그 집에서 읽은 만화 삼국지가 너무 재미있었음(우리 집엔 양장본 세계 문학, 한국문학 전집 같은거밖에 없었음. 초등 때 집에서 제일 재밌는 책이 제인에어랑 도리언그레이의초상 이었음).
삼국지 책을 읽다가 하나 빌려간다고 했는데 내가 가방에 그 책을 2개나 가져와버림. 집에 도착해서 보고 아차하고 부모님께 어찌하냐 물으니 도둑질이라며 크게 혼남.
혼나서 대성통곡하는 채로 부모님 손에 이끌려 친구집에 가서 책 돌려주고 사과하고 옴.
그리고 그 뒤로 도둑년이라고 왕따가 시작됨.
친구들이 돌변해서 빗자루나 큰 기름?대?__ 같은거 들고 위협하는 수준까지 가게 되자 집에 얘기하고 전학 보내 달라 했음.
친구 관계는 네가 알아서 해야지 부모한테 얘기할게 아니다. 선생님한테도 얘기할 생각 말아라 대답 들음.
그 뒤로 포기하고 결국 졸업할 때까지 왕따로 지냄.

- 용돈을 받아서 내 가방에 넣어놨었는데 잃어버린 일이 생김. 집에 얘기하자 왜 돈을 품에 안들고다니고 가방에 둬서 다른 사람을 도둑으로 만드냐고 혼남.

- 아빠는 내 공부 얘기만 확인함. 상 받아 오면 기뻐하고 성적 잘 나오면 기뻐하고. 성적 떨어졌다는 소리 들으면 밥 먹다가도 숟가락 내려놓고 그냥 방문 닫고 들어가는 타입이라 별로 소통이 없었음.

- 수능 때 포기하고 그냥 자버림. 대학 갈 생각 없고 기숙사 있는 회사들로 3군데 정도 넣어서 면접 봤는데 다 합격함.
운이 좋게 그 중에 대기업이 있어 입사해서 대기업 공순이가 됨.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집에 있는 빚을 같이 갚아야된다해서 한동안은 매달 백만원씩 부침. 차 사고 집 사고 돈 필요하다해서 천만원씩 대출 받아 주고 퇴직금 미리 빼서 주고 오년여정도 돈을 계속 보내줌. 결혼하면서 집에 돈을 안보내게됬지만 부모님꺼 대출 받은거 천오백 정도 남아있어서 신랑한테 얘기하고 월급으로 계속 갚아나감. 결혼할 때도 당연히 내 돈으로 다 함.



자주 떠올라서 절 괴롭히는 생각들만 적어보았어요.
항상 나빴던 건 아니예요.
다 같이 둘러앉아 하하호호 밥을 먹거나 꽃 보러 나가거나 그런 일들도 있었어요.
친척들도 모두 우리집이 화목한 줄 압니다.
보여지는 모습은 좋은데 집안에서,
엄마와 나만 같이 있는 상황에서 힘든 일들이 너무 많았어요.
이제는 한참 지난 일인데 왜 잊혀지지 않는 일들이 이렇게 많을까요
지금 부모님과 사이는 나쁘지 않은데,
(평범하게 명절, 생일 때 같이 만나고 밥 먹고 용돈도 드리고 여행도 가고 합니다.) 어린 시절의 저 일들을 잊지 못해 이제 와서 나이 드신 부모님과 절연한다고 하면.
역시 제가 이상한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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