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과 격려도 부탁드려요.

공지사항 24.03.22
안녕하세요.

저는 내과 의사입니다.

최근 몇 주 사이 상급병원에서 아직 근무를 하고 있는 제 친구들은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면서도 꾸역꾸역 출근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제 또래마저 그만 두면 정말 '생명'이 위급한 상태의 환자들이 갈곳이 없어지겠죠.

병원에 남아있는, 적어도 제 전 동료, 선후배들은 사실 의사 수를 늘리거나 말거나 그들의 행동과 선택에 큰 변함이 없을거예요. 적어도 수년간은요.

그 의사들은 졸업한 뒤에 피부미용 대신 전공의 수련을 선택했고, 전공과목도 필수과목인 내과를 선택했으니까요.
(모든 전공과목이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내과는 정말로 의학의 기본이자 뿌리입니다.)
또 그 의사들은 내과를 마치고도 세부분과 수련을 하고 상급병원에서 중증 환자를 맡아왔고, 아직까지도 그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습니다.

5년전에도 10년 전에도 소위 피부미용으로 대표되는 '돈만 밝히는 의사'를 선택할 유혹과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제 전 동료, 선후배는 그들의 모든 선택지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되기를 선택한 의사들이예요. 어떤 이유에서 선택을 했던 그들은 사회가 필요로 하고 또 바라는 의사입니다.


파업 이후에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그들이 채우면서 업무량과 업무 시간이 더 늘수 없을 만큼 늘어났습니다. 체력적으로 부치는건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는 것 말고는 당장 어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 동료들을 더 힘들게 하는건 사회와 그들이 마주하는 환자들의 비판 아닌 비난입니다.
비판을 받는 것도 제 위치를 지키는 의사들에게는 김빠지는 일이지만, 건강한 비판은 늘 존재해야하죠. 한 문제에 대해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견해도 천지차이이고 이해관계가 얽혀있기도 하니까요.

그렇지만 비난은 다릅니다. 논리가 없거나 잘못된 논리의 비난은 남아있는 의사들마저 진료에 대한 마음을 떠나게 해요. 매일 뉴스와 미디어에서 쏟아지는 의사 전체 집단에 대한 비난과 공격이 그들마저 허망하게 만듭니다.

환자들도 각자 의견이 다르고 환자와 여론을 동일시 하면 안되겠지만, 기사와 영상에서 비난을 받은 의사들이 그들의 환자에게서도 또 비난을 들으면 남아있던 의욕도 다 사라지죠.

실제로 환자들이 병동이나 외래 진료실에서 파업 문제로 의료진에게 큰 소리를 내고 가신대요.


병원에 남아있는 의사들은 남아있는 것에 대해 딱히 요구하는 것 없어요. 지금 남아있는 의사들에게 격려와 응원이 그들이 진료를 이어나가는데에 큰 힘이 됩니다.
혹시라도 요즈음에 병원에 갈일이 생기면, 의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여러분을 진료하기로 선택한 의사인걸 알아주시면 해요.
그걸 알아주시는 환자들에게 감사한 의사들이 있습니다.



*저는 작년부터 개인적인 일로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지 않아요. 다음해에 진료 업무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저도 고민이 큽니다. 환자를 보는 보람과 기쁨은 좋은 환자-의사 관계에서 옵니다. 정부 정책과 그 대응으로 이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만큼 망가진게 아닐까 싶어요. 업무에 대한 보람과 기쁨이 없다면 급여도 근무환경도 더 열악한 조건에서 일할 동기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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