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저에겐 10살 넘게 차이나는 언니가 있어요.
힘들었던 어린 시절, 제가 가장 의지하는 존재였지요.
자주 싸우시던 부모님. 폭행, 욕설.
찢어지게 가난했던 적은 없지만
한 번씩 힘들어지면 서로 탓하며
저랑 언니에게 화풀이하시고
"니 엄마 닮았네", "니 아빠 닮았네" 하며 화내시고
많이 맞으며 자랐고
그러면서도 또 예뻐하실 때도 있고 사랑한다 하시고
이런 오락가락하는 집안 분위기
살얼음판 그 자체였습니다.
언니는 늘 저를 보호해줬고
겁에 질려있을 때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맛있는 거 사주고
놀이터에서 놀아주고 안아주고 했습니다.
언니랑 있을 때면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어요.
그렇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며 버텨왔지요.
언니가 저에게 늘 해주던 말이 있어요.
너랑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엄마 아빠도 좋은 사람이었는데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고.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걸 멈추지 말라고.
용서하자고.
조금은 손해 보더라도 착하게 살면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언니는 늘 그렇게 살았어요.
악을 선으로 갚았어요.
억울한 일이 생겨도 웃으며 참고
남이 찔러도 모르는 척 견디고
그랬대요
얼마 전 언니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릴 적 언니가 이런 얘기를 자주 해줬었다며
어린 시절 얘기를 같이 했어요.
언니는 정말 아직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더라고요.
남들이 보면 미련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언니를 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착하게 살면 복이 오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니는 평소 본인 실력보다 수능을 잘 쳐서
원래 생각했던 곳보다 좋은 대학을 갔어요.
물론 서울대는 아니에요.
취직도 빠르게 했고
운 좋게 이직도 잘해서 좋은 직장 다니고 있어요.
결혼할 땐 본인보다 스펙 낮은(?) 남자 만나서 아쉬웠는데
본인을 행복하게 해줄 남자라고 하며 결혼했어요.
그런데 결혼 후 일이 잘 풀려서 돈도 이젠 잘 벌어요.
여전히 언니한테 잘하고 시댁 어른들도 잘해주신다고 해요.
아이 둘 낳았는데 언니 형부 예쁜 점만 닮았어요.
무엇보다 마음이 정말 예쁜 아이들이에요.
물론 언니보다 더 좋은 환경에 더 부유하게 잘 사는 사람 많아요.
근데 언니가 정말 행복해 보여요.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고
자만하지 않고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워요.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기보단
이악물고 엄마 아빠랑 다른 사람으로 크고 싶은 마음으로요.
본인은 다른 것보다 '엄마 닮았네, 아빠 닮았네'
그 말들이 너무 무서웠대요.
그래서 스스로 '나는 좋은 사람이다' 주문을 걸며 살았대요.
어쩔 땐 본인이 가식으로 느껴졌대요.
마음으로는 너무 미운데 겉으론 아닌 척하는 게,
똑같이 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용서한 척하는 게.
그래도 꾹 참았대요.
본인의 때에 아니면 본인의 자식의 때에
꼭 보상해달라고 수없이 기도하면서 (종교 없음)
'나는 좋은 사람이다' 세뇌하며 살았대요.
근데 그러다 보니 본인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래요.
본인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겨나더래요.
본인의 운은 그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준 거래요.
요즘은 손해 보고 살면 미련하다고 하지만
인생을 멀리서 보면 손해를 볼지언정 바르게 사는게 결국 본인한테 더 좋은 거래요.
적어도 언니 스스로에게는요.
아직 살아갈 날 많이 남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서 더 좋은 사람으로, 어른으로 살고 싶대요.
물론 언니가 잘 풀린 케이스라는 거 알아요.
항상 모든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요.
그치만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그 말에
희망을 걸고 싶고
나에게도 그런 행복이 찾아오길.
언니를 보면서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노력해보려 해요.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길,
더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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