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게 살면 복이오나요

공지사항 24.06.18
언니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저에겐 10살 넘게 차이나는 언니가 있어요.
힘들었던 어린 시절, 제가 가장 의지하는 존재였지요.

자주 싸우시던 부모님. 폭행, 욕설.
찢어지게 가난했던 적은 없지만
한 번씩 힘들어지면 서로 탓하며
저랑 언니에게 화풀이하시고
"니 엄마 닮았네", "니 아빠 닮았네" 하며 화내시고
많이 맞으며 자랐고
그러면서도 또 예뻐하실 때도 있고 사랑한다 하시고
이런 오락가락하는 집안 분위기
살얼음판 그 자체였습니다.

언니는 늘 저를 보호해줬고
겁에 질려있을 때마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맛있는 거 사주고
놀이터에서 놀아주고 안아주고 했습니다.
언니랑 있을 때면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어요.
그렇게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며 버텨왔지요.

언니가 저에게 늘 해주던 말이 있어요.
너랑 나는 좋은 사람이라고.
엄마 아빠도 좋은 사람이었는데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렇다고.
그러니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걸 멈추지 말라고.
용서하자고.
조금은 손해 보더라도 착하게 살면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언니는 늘 그렇게 살았어요.
악을 선으로 갚았어요.
억울한 일이 생겨도 웃으며 참고
남이 찔러도 모르는 척 견디고
그랬대요

얼마 전 언니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릴 적 언니가 이런 얘기를 자주 해줬었다며
어린 시절 얘기를 같이 했어요.
언니는 정말 아직도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더라고요.

남들이 보면 미련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언니를 보면 정말 신기하게도
착하게 살면 복이 오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니는 평소 본인 실력보다 수능을 잘 쳐서
원래 생각했던 곳보다 좋은 대학을 갔어요.
물론 서울대는 아니에요.
취직도 빠르게 했고
운 좋게 이직도 잘해서 좋은 직장 다니고 있어요.
결혼할 땐 본인보다 스펙 낮은(?) 남자 만나서 아쉬웠는데
본인을 행복하게 해줄 남자라고 하며 결혼했어요.
그런데 결혼 후 일이 잘 풀려서 돈도 이젠 잘 벌어요.
여전히 언니한테 잘하고 시댁 어른들도 잘해주신다고 해요.
아이 둘 낳았는데 언니 형부 예쁜 점만 닮았어요.
무엇보다 마음이 정말 예쁜 아이들이에요.

물론 언니보다 더 좋은 환경에 더 부유하게 잘 사는 사람 많아요.
근데 언니가 정말 행복해 보여요.
무슨 일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고
자만하지 않고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워요.

언니가 그러더라고요.
처음엔 좋은 마음으로 시작했다기보단
이악물고 엄마 아빠랑 다른 사람으로 크고 싶은 마음으로요.
본인은 다른 것보다 '엄마 닮았네, 아빠 닮았네'
그 말들이 너무 무서웠대요.
그래서 스스로 '나는 좋은 사람이다' 주문을 걸며 살았대요.
어쩔 땐 본인이 가식으로 느껴졌대요.
마음으로는 너무 미운데 겉으론 아닌 척하는 게,
똑같이 갚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용서한 척하는 게.
그래도 꾹 참았대요.
본인의 때에 아니면 본인의 자식의 때에
꼭 보상해달라고 수없이 기도하면서 (종교 없음)
'나는 좋은 사람이다' 세뇌하며 살았대요.

근데 그러다 보니 본인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래요.
본인의 노력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겨나더래요.
본인의 운은 그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준 거래요.

요즘은 손해 보고 살면 미련하다고 하지만
인생을 멀리서 보면 손해를 볼지언정 바르게 사는게 결국 본인한테 더 좋은 거래요.
적어도 언니 스스로에게는요.
아직 살아갈 날 많이 남았지만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서 더 좋은 사람으로, 어른으로 살고 싶대요.

물론 언니가 잘 풀린 케이스라는 거 알아요.
항상 모든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요.
그치만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는 그 말에
희망을 걸고 싶고
나에게도 그런 행복이 찾아오길.
언니를 보면서 매일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노력해보려 해요.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길,
더 열심히 살아보려 합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댓글쓰기

0/200자

(댓글은 자신을 나타내는 얼굴입니다. 비방 및 악성댓글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동방지 코드 2231

커뮤니티